[스포츠서울 | 백승관 기자] 회화·조각·사진·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간과 세계, 자연과 존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한국 동시대 예술가 12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전시 ‘무명(無明)의 초상’이 9월 1일부터 10월 5일까지 서울 봉은사와 강원 정선에서 순회 개최된다.
전시 제목인 ‘무명’은 불교에서 자아와 세계를 고정된 실체로 오해하는 인식의 어둠을 뜻한다. 이번 전시는 ‘무명’을 단순한 어둠이나 무지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익숙한 세계를 새롭게 감각하고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조건으로 해석한다.
전시장에서는 재료와 매체를 매개로 세계와 관계를 만들어가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자아의 경계를 비워내는 작업부터 타자와 자연의 질서를 통해 존재를 감각하는 작품까지 서로 다른 조형 언어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진다.
한국화의 전통을 이어온 직헌(直軒) 허달재와 정종미를 비롯해 김병주, 박희섭, 서동욱, 송명진, 원성원, 유화수, 이강욱, 차현욱 등이 참여한다. 각 작가는 회화와 조각, 사진 등 자신만의 매체를 통해 ‘무명’이라는 주제를 풀어낸다.
특히 박희섭 작가는 자개를 활용해 정암사의 풍경과 시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품을 선보인다. 정암사는 단순한 자연 풍경이나 사찰의 모습을 넘어 자장율사의 숨결과 오랜 시간을 견뎌온 주목, 그리고 수마노탑의 광채가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시각이다.
박희섭 작가의 작품은 자개의 섬세한 빛을 통해 정암사가 지닌 역사와 자연, 정신적 의미를 시각적으로 담아낸다. 자개에서 반사되는 빛은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움직이며 정암사의 고요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관람객에게 평온한 휴식과 맑은 감각을 전달한다.
이번 전시에는 밴드 산울림의 음악과 배우 활동으로 알려진 김창완도 참여했다. 음악적 영감을 바탕으로 구축해온 회화 세계를 선보인다. 그리고 건축가 정동현은 정암사 수마노탑을 건축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설치 작품을 출품한다.
전통적인 종교 공간과 현대미술의 만남을 통해 수마노탑이 가진 역사성과 상징성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는 서울에서 먼저 관람객을 만난다. 9월 1일부터 9일까지 서울 봉은사 보우당에서 열리며, 이후 정선으로 이동해 9월 11일부터 20일까지 강원랜드 하이원 그랜드호텔 컨벤션타워에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9월 22일부터 10월 5일까지 정선 아리샘터에서 전시가 진행된다.
‘무명(無明)의 초상’은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의 국보 승격을 기념해 시작된 전시로 올해 여섯 번째를 맞았다. 정선 정암사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함백산야단법석이 주관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이번 전시는 불교적 사유를 현대미술의 언어로 확장해 ‘나는 누구인가’, ‘세계와 나는 어떻게 관계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서로 다른 매체를 사용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정암사가 가진 자연과 역사, 사찰의 고요함과 만나면서 관람객에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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