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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길위의 편지] 5월에는 만항재로 간다(머니투데이)201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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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암사 작성일16-09-18 20:23 조회22,4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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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길위의 편지] 5월에는 만항재로 간다

<17> 잠시 세파를 떠나 자연에 나를 맡기다

이호준 시인.여행작가
    
이기사주소 : http://news.mt.co.kr/mtview.php?no=2016051110340756571&type=1          
    
편집자주
여행은 스스로를 비춰보는 거울이다.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는 수단이다. 여행자들이 전하는 세상 곳곳의 이야기는 흥미와 대리만족을 함께 안겨준다. 이호준 작가가 전하는 여행의 뒷얘기와 깨달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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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 모습/사진=이호준 시인·여행작가

계절의 여왕 5월! 어디에 간들 아름답지 않을까. 하지만 모두가 빛나는 시절에도 특별한 곳은 있기 마련이다. 누가 내게 “이 계절에 가장 가고 싶은 곳 하나만 꼽아보라”고 한다면 서슴지 않고 “만항재”라고 대답할 것이다.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만항재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한여름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역시 사실이다. 만항재 주변에는 봄부터 온갖 야생화가 핀다. 쉬지 않고 피고지기를 거듭하다 7~8월에 절정을 이룬다. 야생화 축제도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2015년은 8월 1일~8월 9일)에 열린다.

하지만 그때쯤이면 피서 역시 절정이다. 천혜의 피서지 만항재에도 사람들이 몰려들기 마련이다. 그러니 눈부신 신록을 고스란히 몸에 들이며 한가롭게 숲길을 걷기에는 5월이 가장 좋다. 봄부터 피는 야생화가 지금이라고 없을 리 없다. 조금만 자세히 보면 숲속 곳곳에 꽃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 꽃쥐손이‧벌깨덩굴‧광대수염‧미나리냉이‧줄딸기‧풀솜대‧졸방제비꽃….

만항재는 강원 정선군 고한읍과 영월군 상동읍, 태백시 혈동의 3개 시·군이 경계를 이루는 함백산 중턱의 고개를 이른다. 해발 1330m로 우리나라에서 자동차가 갈 수 있는 포장도로 중 가장 높다. 지리산 정령치(1172m)나 강원도 평창-홍천의 경계선인 운두령(1089m)도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곳이다.

만항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낙엽송이다. 원래 이 일대에는 소를 키우는 목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추운 바람에 소들의 발육이 더디고 폐사율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맞지 않았다. 결국 목장이 철수하고 빈자리에 성장이 빠른 낙엽송을 심었다. 인근 석탄광산에 갱목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세월 따라 석탄산업이 쇠락하고 대부분의 광산이 폐광하면서 방치됐던 나무들이 자라 장관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또 목장의 초지였던 자리에 꽃씨가 날아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야생화 천국이 되었다. 야생화들이 피어있는 숲은 이름 그대로 하늘나라의 꽃밭처럼 아름답다. 나무들 사이로 가르마처럼 뻗어 나간 길은 얼마나 환상적인지. 5월의 바람은 또 얼마나 달콤하고 발을 감싸는 흙은 얼마나 부드러운지. 그런 풍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는 자체가 애당초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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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 인근의 정암사 전경/사진=이호준 시인·여행작가

만항재에 가면 들러오지 않을 수 없는 곳이 또 한 곳 있다. 고한 쪽으로 5.6km만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정암사다. 정암사는 통도사·법흥사·상원사·봉정암과 함께 국내 5대 적멸보궁이 있는 사찰이다. 정암사 적멸보궁은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수마노탑에 봉안하고 이를 지키기 위하여 건립했다고 한다. 수마노탑에 사리가 봉안돼 있기 때문에 법당에는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보물 제410호로 지정된 수마노탑은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올 때 가지고 온 마노석으로 만든 탑이라 해서 그렇게 이름 지었다.

5월 중순쯤 정암사에 가면 산 속에서만 누릴 수 있는 고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부처를 모시지 않은 부처의 거처(居處), 적멸보궁 앞에 서면 태초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 홀로 선 것 같은 적막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도달해본 적은 없지만, 번뇌를 벗어나 생사의 괴로움이 소멸된다는 적멸(寂滅)의 경지가 그렇지 않을까….

적멸보궁 뒷산에 있는 수마노탑도 꼭 들러봐야 한다. 정암사를 찾는 것은 이 탑을 보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라가는 산길의 계단이 꽤 가파르지만 힘든 만큼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정암사 절집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일 무렵, 드디어 훤칠한 탑 하나가 눈앞으로 다가선다. 그 앞에 서면 느닷없는 깨달음이라도 찾아온 듯 마음이 환해진다. 지쳤던 몸에 힘이 솟는다. 여행은 그렇게 도처에 행복을 숨겼다가 선물인 듯 나눠주고는 한다.
늘 하는 말이지만, 나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으면 스스로 고독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고독은 닦아놓은 거울과 같아서, 세파에 찌들기 전의 순정한 나를 가장 잘 비쳐주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골라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다. 5월의 만항재 같은 곳이 적격이다. 숲도 나무도 꽃도 사람도 이 계절에 가장 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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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원문보기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6051110340756571&out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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