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설원 누비는 ‘배추보이'(법보신문)2018.05.15. 0
 작성자: 정암사  2018-05-16 10:04
조회 : 449  
은빛 설원 누비는 ‘배추보이'
동계스포츠 역사 만들기는 여전히 진행형
[부처님오신날 특집] 평창 올림픽 은메달 이상호 선수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 이상호 선수는 “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성장한 만큼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자비와 나눔을 실천하는 선수가 되겠다”며 “스노보드에 대한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은빛 설원을 누비는 겨울스포츠의 대명사 스노보드. 일부 마니아들이 즐기는 스포츠였지만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중들의 관심이 확장됐다. 불모지인 한국 설상에서 새 역사를 쓰며 은빛 메달을 획득한 ‘배추보이’ 이상호 선수 덕분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스노보드 접하고
외국 선수 영상 분석하며 홀로 훈련
올림픽 도전 58년만에 스키서 메달

태백산 정암사서 기도하는 어머니
호산 스님으로 더욱 각별해진 불교
지난해 연등회에는 연등 들고 동참

올 4월 아름다운동행 500만원 보시
도움 받아 운동한 만큼 보시로 회향
기회 될 때마다 자비나눔 이어갈 것


‘배추보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선수는 강원 사북초 1학년 때 스노보드를 처음 접했다. 이 선수의 아버지는 눈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고랭지 배추밭을 개조해 만든 눈썰매장에 데리고 갔다. 그 때 이 선수의 눈에 들어온 것이 스노보드였다. 어른용 스노보드 중 가장 작은 크기로 시작했다. 보통 자기 신장보다 20cm 작은 크기를 사용하지만 그는 자기 키보다 큰 보드도 곧잘 탔다.

“재미없거나 안 좋아하는 것은 끈기있게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재미있으면 진정으로 즐기면서 잘 하거든요. 저에겐 스노보드만한 것이 없어요. 프리라이딩을 좋아하지만 시합 때도 최대한 즐기면서 타려고 합니다.”

  
 

느껴본 사람만 알 수 있다는 스노보드의 묘미. 이 선수는 보드 엣지가 날카롭게 눈을 가를 때 최고의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스노보드를 타며 느낀 자유로움은 그를 선수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중학교 시절 진로 선택을 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한국에서 스노보드로 성공한 사례가 없었고 훈련 환경도 열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노보드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열심히 매진한 결과 2010년 처음 국제대회에 출전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는 국가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선수의 기량은 날로 성장했다. 2015년부터 해를 거듭하며 세계 37위에서 5위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갔다. 2017년 2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시작으로, 3월 터키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도 2위에 올랐고, 유로파컵 평행대회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 첫 메달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 최초, 올림픽 도전 58년만에 스키종목에서 메달을 안겨줬다.

“개척자로 선수생활을 해나간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저보다 높은 레벨에 있는 선수들과 같이 훈련을 하면 그 선수를 따라하고 이기거나 하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을 키우는데 스스로 모델을 그리고 설정해 가는 상황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 이상호 선수는 4월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찾아 아름다운동행 이사장 설정 스님에게 후원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저 내면의 확신만으로 한길만 걸어온 이 선수. 국내에서는 어깨를 견줄 선수가 없어 아버지와 함께 외국 선수의 영상을 보고 분석하며 훈련에 임했다. 15년 가까이 스노보드만 생각했던 그에게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있었다. 무엇보다 강도 높은 훈련과 안락한 삶에 대한 욕구가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스노보드를 타는 순간 부지불식간 괴로움이 사라졌기에 스노보드에 대한 열정은 항상 그대로였다. 그렇게 외롭고 힘든 시간을 견뎌내 지금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겨뤄보고 싶어하는 최고 선수로 우뚝 서게 됐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이상호 선수 뒤에는 물심양면 지원을 아까지 않은 아버지와 늘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가 있다. 태백산 정암사로 기도 드리러 가는 어머니를 곧잘 따라다녔던 이 선수는 절에 가면 편안해진다고 했다. 특히 향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고 했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불교에 친숙했던 그는 수국사 주지 호산 스님과의 인연으로 불교와 더욱 각별해졌다.

스노보드 선수들의 멘토로 통하는 호산 스님은 2000년대 초부터 비인기종목인 동계스포츠 저변 확대와 불자스포츠인 양성을 위해 사비를 털어 매년 달마배스노보드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2017년 삿포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스노보드 대표팀과 함께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격려를 받았으며 이때 이상호 선수도 함께 했다. 이후 지난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수국사에서 ‘스노보드등’을 들고 제등행렬에 동참하는 등 불연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4월에는 그동안 스님들의 응원에 답례하겠다며 아름다운동행에 ‘탄자니아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후원금’으로 500만원을 보시했다.

  
▲ 호산 스님과의 인연으로 불교와 더욱 특별해 졌다는 이상호 선수는 지난해 연등회에 ‘스노보드등'을 들고 제등행렬에 동참하기도 했다. 사진은 스키와 스노보드 장엄등.


“호산 스님께 연락 드리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항상 겸손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운동하고 있는 만큼 기회가 될 때마다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무엇보다 마음을 표현하는 데 넉넉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이번 기부 역시 지금까지 받은 도움에 대한 회향이었다. 호산 스님의 조언대로 앞으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보시할 생각이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스노보드계의 김연아 선수를 꿈꾸는 이상호 선수는 당장은 경기에 매진하겠지만 후배들에게 운동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싶다고 했다. 질적으로 기술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김연아 선수처럼 스노보드계의 역사를 쓰면서 스노보드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도 했다.

“한국 스노보드는 이제 시작입니다. 스노보드의 강점은 다른 동계 종목에 비해 접근이 용의하고 일반인도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노보드 인구에 비해 선수 여건은 열악하지만 점점 알려지면 어느 종목보다 대중적 인기를 얻을 것입니다. 스노보드에 대한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당부드립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 기사원문보기 http://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394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